그 시절 기차 여행의 낭만, 지금은 사라졌을까?
KTX 예절 논란, 언제부터 대화가 민원이 되었나?
기차 여행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들판과 강줄기, 기차 특유의 덜컹거리는 소리, 그리고 좌석 옆 낯선 사람과도 나눴던 간단한 인사나 가벼운 대화. 특히 명절이나 방학 때 가족과 함께한 기차 여행은 어린 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기차 여행은 그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KTX에서는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안내 방송이 기본이 되었고, 대화 소리 하나에도 민원이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립니다.
최근 KTX를 이용한 많은 승객들이 ‘열차 안 예절’을 두고 생각이 달라 갈등이 생기곤 합니다.
특히 조용한 차(Calm Zone)가 아닌 일반칸에서도 “통화나 대화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지면서, 과연 어디까지가 배려고 어디까지가 예민함인지 혼란스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SNS나 커뮤니티에는 “옆 사람이 통화했는데 민원 넣었다”, “그냥 친구와 대화했을 뿐인데 주의를 받았다”는 사례가 올라오며, 열차 예절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기차 안 대화가 ‘민원 거리’가 되었을까요?
KTX가 등장하기 전, 느릿하지만 정겨운 무궁화호나 새마을호에서는 승객들끼리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흔했습니다. 도시락을 함께 나누거나, 서로의 여행지를 물으며 소소한 인연을 쌓던 그 시절.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다소 시끄럽고 불편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 속에서 ‘여행의 낭만’이라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KTX 시대가 열리며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고속열차의 특성상 출퇴근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조용한 공간을 원하는 승객이 많아졌고, 1~2시간 집중해서 이동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정숙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개인 공간과 조용한 환경에 대한 요구가 강해졌고,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시기를 거치며 ‘조용히 있는 것이 예의’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실제로 코레일은 일부 열차에 ‘조용한 칸(Calm Zone)’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석에서도 과도한 통화나 대화로 인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방송에서도 ‘전화 통화는 짧게’, ‘작은 소리로 대화해주세요’라는 안내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아쉽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기차 타면서도 숨죽이고 앉아 있어야 하냐”, “대중교통인데 너무 예민한 것 같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조용히 이동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지하철처럼 개인 공간이 아니다 보니 배려는 필수”라는 반대 의견도 팽팽합니다.
우리는 이제 ‘낭만’과 ‘예절’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시끄러운 소음은 분명 불편하지만, 적당한 대화마저 금기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과연 기차 여행의 따뜻함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잠시 머무는 작은 공동체 공간입니다.
시대가 변하며 예절도 함께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모두가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조용하지만 따뜻한 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당신은 어떤 기차 여행을 원하나요?
조용한 집중의 시간일까요, 아니면 그 시절처럼 정겨운 대화가 오가는 낭만의 공간일까요?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누군가의 여행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는 오늘도 조금 더 배려하는 승객이 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