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가던 어느 날, 옆자리에서 중년의 두 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용은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이야기였지만,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 세워졌다.
말투 때문이었다.
분명 좋은 의도에서 하는 말이었을 텐데, 어딘지 모르게 예민하게 들리는 말씨와 억양, 상대방을 지적하는 듯한 어조가 있었다.
듣고 있는 나도 살짝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말투란 무엇일까?" 그리고 "왜 우리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말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까?"
말투는 단순히 소리의 높낮이와 말의 속도만이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녹아있는 방식이고, 우리가 타인과 맺는 관계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같은 말을 해도 누군가의 말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누군가의 말투는 방어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말투는 그 사람의 ‘태도’를 담는다
말투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평소 생각, 그리고 인간관계에서의 기본적인 태도가 묻어난다.
예를 들어, "그거 아니야, 그렇게 하면 안 돼"라는 말을 할 때,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과 짜증 섞인 어조로 말하는 사람의 차이는 매우 크다.
후자의 경우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위축되거나 기분이 상할 수 있다.
반면, 따뜻한 말투로 조언을 해준다면 오히려 마음을 열고 수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말투는 관계를 살리고, 나쁜 말투는 멀어지게 한다
우리는 종종 ‘말은 잘하는데 왜 기분이 나쁘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는 말의 내용보다는 전달 방식, 즉 말투의 힘이 크다는 증거다.
특히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 직장 동료 사이에서는 말투 하나로 감정의 온도가 오르락내리락한다.
정중하고 부드러운 말투는 타인의 기분을 배려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반대로 날카롭고 건조한 말투는 종종 상대에게 벽을 느끼게 만든다. 말투가 관계의 시작점이라면, 그 말투는 서로의 감정 온도를 조절하는 리모컨과도 같다.
말투는 연습으로 달라질 수 있다
말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부분이다.
의식적으로 부드러운 어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말의 속도를 천천히 조절하며, 필요할 때는 미소와 함께 말해보자. 짧은 말 한마디에도 따뜻함이 느껴질 수 있다.
혼잣말이나 전화통화를 할 때 자신의 말투를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낯설겠지만 내 말투가 타인에게 어떻게 들릴지 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말투는 ‘매력’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말투가 자연스레 품격 있게 변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어린 사람이라고 해도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말투를 지닌 이들은 더욱 성숙해 보인다.
결국 말투는 나이보다 인격과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말투에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반대로 누군가의 따뜻한 말투에 하루가 따스해졌던 경험도 있다. 그렇다면 오늘, 나의 말투는 누군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관계를 만드는 힘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소리’에 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말투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