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에 잠에서 깼다.
한동안 따스하게 품어주던 여름의 흔적은 사라지고,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마자 일교차가 큰 것을 몸이 먼저 알아차렸다.
입안은 건조하고, 콧속은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니, 다시금 비염이 찾아온 것 같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겪는 이 불청객 같은 증상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이다.
창밖을 보니 하늘은 맑고 공기는 상쾌해 보였지만, 내 몸은 이불 속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따스하게 감싸주는 이불 속이야말로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마치 가을의 첫 아침을 맞이하는 내 몸과 마음이 다시 여름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침대 속에 누워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콧물이 훌쩍거렸고, 입안은 점점 더 마른 듯했다.
하지만 이 상태로 하루를 시작할 수는 없었다.
일어나서 움직여야 했지만, 그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조금 더 이 이불 속의 안락함을 누리고 싶었다.
가을 아침은 참 묘하다.
그저 단순히 기온이 내려간다는 이유만으로 온몸이 반응하고, 머리 속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게 느린 아침이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가을 특유의 서늘한 공기와 느릿한 시간의 흐름이 주는 여유로움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다만, 비염만 아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불을 끌어안고 다시 한 번 몸을 웅크려본다. 이 따스함 속에서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머지않아 일어나야 한다는 현실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이불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따스함, 그리고 바깥의 서늘한 공기가 대조적으로 다가오는 가을 아침. 비록 몸은 조금 불편할지라도, 이 순간만큼은 계절이 바뀌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애매할 때, 다시 잠에 들려 애써 몸을 돌리던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더 자려고 해봤자 잠이 들거 같지 않은 그런 아침이다.
그래서 그냥 눈을 떴다.
어차피 이불 속에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데, 차라리 이 시간에 무언가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가을 아침의 적막함이 주는 묘한 여운이 글을 쓰게 만드는 동력이 된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감정들이 생각보다 생생해서, 다시 잠을 청하는 대신 그냥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도 있고, 그렇다고 다시 잠들기에는 뭔가 놓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잠깐의 고요함을 즐기고 싶어진다.
아침의 이 적막함 속에서 글을 쓰는 행위는 생각보다 위로가 된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이 시간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느껴지면서도 뭔가 활기차게 흘러가는 듯한 이 모순된 느낌이 싫지 않다.
이불 속의 따스함도 이제는 조금씩 사라져가고, 몸은 일어나려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