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연휴는 가족과 함께 보내기 참 좋은 시기다.
날씨도 포근하고, 봄내음이 완연히 묻어나는 계절.
긴 연휴를 앞두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벌교 전통시장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여행이라기보단, 추억을 따라 걷는 산책 같았던 그 시간은 어느 멋진 관광지보다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정겨운 시장 입구, 봄 향기가 가득
벌교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작고 정겨운 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시장 특유의 활기가 먼저 반겨주었다.
시장 입구에는 제철 나물과 채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초록빛이 싱그럽게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머위와 두릅을 보시더니 “이거 옛날엔 산에서 직접 따다 먹었지”라며 웃으셨다.
그 말 한마디에 시간도, 공간도 한순간에 과거로 이어지는 듯했다.
시장에는 봄을 알리는 나물 외에도 벌교의 명물인 꼬막이 빠질 수 없다.
싱싱한 꼬막이 좌판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고, 바로 삶아낸 참꼬막은 그 자체로 군침이 돌았다.
어머니 손을 잡고 우리는 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작은 분식집에 들어가 꼬막비빔밥을 주문했다.
고소한 참기름 향과 쫄깃한 꼬막이 어우러진 비빔밥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닌, 그 시절의 기억을 불러오는 맛이었다.
오래된 간판 아래, 시간이 머무는 풍경
벌교 전통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사람들의 온기가 살아 숨 쉰다.
오래된 수제 떡집, 할머니가 직접 만든 김치, 젓갈, 그리고 그 옆에 자리한 뻥튀기 기계에서 터지는 경쾌한 소리까지… 도시의 깔끔한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이 시장 곳곳에 배어 있다.
어머니는 “어릴 때 넌 저 뻥튀기 소리만 나면 달려가서 서 있던 거 기억나니?” 하시며 한 봉지를 사주셨다.
어린 시절 들고 다니던 그 커다란 뻥튀기 봉지가 손에 들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시절은 멀리 있어도, 어머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은 그대로 닿아 있었다.
함께 걷는 그 시간이 선물이었다
사실 이번 연휴엔 멀리 여행을 가볼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벌교 시장 골목을 어머니와 천천히 걸으며, 소소한 이야기와 웃음을 나누는 이 시간이야말로 내겐 가장 값진 여행이었다.
한 손엔 어머니의 손을, 다른 한 손엔 시장에서 산 묵무침 한 팩을 들고 천천히 걷는 길 위에서, 나는 분명 행복했다.
벌교 전통시장은 그리 크거나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고향의 향수, 가족의 따뜻함, 소박한 일상의 미소가 살아 있는 곳이다.
다가오는 연휴나 주말,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곳을 찾아가 보길 바란다.
시장 골목 끝에서 마주한 그 따뜻한 눈빛 하나가, 바쁜 삶 속에서 잊고 살던 소중함을 일깨워줄지도 모른다.
벌교 전통시장 정보
위치: 전남 보성군 벌교읍 시장길
특징: 꼬막, 제철 농산물, 소규모 상점 밀집
교통: 벌교역 도보 10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