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에 담긴 봄의 기억, 그리고 건강한 밥상
내 조카들이 어릴 때… 아니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릴 적부터 그랬다.
봄이 오면 부모님께서는 마을 뒷산에 올라 고사리를 뜯어오셨다.
그 시절, 봄의 시작은 뒷산에 핀 진달래보다도, 부모님이 들고 온 고사리 바구니로 더 빨리 느낄 수 있었다.
고사리는 그냥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독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삶아야 한다고. 그래서 부모님은 늘 아궁이에 장작을 지피고, 팔팔 끓는 물에 고사리를 데쳐 말리셨다.
손수 삶고 말린 고사리는 바람 좋고 볕 좋은 곳에서 바삭하게 마르며, 그 자체로 봄의 흔적이 되었다.
지금은 이십대가 된 내 조카도, 할머니가 정성스레 말려두신 고사리를 유독 좋아한다.
된장국에 넣은 고사리, 나물 무침으로 나온 고사리, 비빔밥에 올라간 고사리까지.
그 맛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서 가족의 시간과 사랑을 품고 있는 듯하다.
고사리의 효능
고사리는 단백질, 식이섬유, 칼슘, 철분, 비타민 A, 비타민 C 등이 풍부한 건강한 산나물이다.
특히 철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빈혈 예방, 변비 개선,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며, 비타민 A는 눈 건강과 피부 재생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고사리에는 항산화 성분도 포함되어 있어, 세포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력 증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고사리의 주의사항
하지만 고사리를 생으로 먹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고사리에는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라는 자연 독소가 들어 있어 발암 물질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충분히 데쳐서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
삶은 후에는 흐르는 물에 한두 번 헹궈 잔여 독성을 제거하고, 물에 담가 하루 정도 우려낸 뒤 조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너무 오래 또는 자주 다량 섭취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고사리를 활용한 요리법
고사리는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수 있다.
고사리나물 무침
불린 고사리를 참기름, 마늘, 간장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향긋한 봄나물이 된다.
들깨가루를 더하면 고소함이 배가된다.
고사리 된장국
된장을 풀어 끓인 육수에 고사리, 두부, 호박 등을 넣고 끓이면 구수하고 깊은 맛의 국이 완성된다.
해장용으로도 탁월하다.
비빔밥
각종 나물과 함께 고사리를 올려 비빔밥을 만들면, 씹을수록 고사리 특유의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진다.
고추장 한 스푼과 참기름 몇 방울만 있으면 최고의 한 그릇이다.
잡채
고사리는 잡채 속에서도 빠질 수 없는 재료다. 당면, 고기, 각종 채소와 어우러져 쫄깃한 식감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