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어제와 오늘이 또 다르다.
여름이 오는거 같아서 대청소중이다.
이불빨래 ..옷 빨래..
고민을 하다가 이고지고 빨래방으로 가지고 왔다.
이불도 있고, 타올도 많아 양이 제법 되다 보니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 번에 끝내기 위해 셀프 빨래방을 찾았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세제를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니 45분이 뜬다.
기다리는 동안 잠시 핸드폰을 보다가, 창밖도 바라보다가,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슬쩍 관찰하게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하나 보였다.
나처럼 세탁부터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집에서 이미 세탁을 마친 빨래를 들고 들어왔다.
말끔하게 세탁이 끝난 빨래를 커다란 바구니에 담아 와서, 바로 건조기로 직행하는 모습.
어떤 사람은 탈수까지 확실히 하고 와서, 무게를 최대한 줄인 상태로 건조만 하고 갔다.
그 짧은 순간에도 ‘아, 요즘엔 이렇게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셀프 빨래방이 자취생이나 고시원 거주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기 옷을 건조하러 온 엄마, 운동복만 따로 말리러 온 청년, 고급 셔츠를 조심스레 챙긴 중년의 직장인까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셀프 빨래방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건조기'가 있었다.
사실 요즘은 집에 세탁기는 대부분 있지만, 건조기를 별도로 갖춘 집은 아직도 그리 많지 않다.
건조기 자체의 가격도 부담이지만, 설치 공간의 제약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원룸이나 소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베란다에 빨래를 널 공간조차 여의치 않다.
그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꽃가루, 황사, 비 예보 등 외부 환경이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연건조는 점점 꺼려지게 된다.
그 결과, 셀프 빨래방은 ‘건조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세탁은 집에서, 건조는 셀프 빨래방에서. 이른바 ‘하이브리드 세탁 루틴’이 정착된 셈이다.
특히 대용량 건조기는 집에 있는 건조기보다 성능이 뛰어나기도 해서 이불이나 두꺼운 수건, 운동복 등을 짧은 시간에 뽀송하게 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나는 오늘 이곳에서 세탁부터 시작해서 건조까지 총 2시간 넘게 머물렀다.
기다리는 동안 종이컵에 자판기 커피를 뽑아 들고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며, 빨래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삶의 단편들을 엿본 기분이 들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빨래는 결국 해야 하는 일이니까, 어딘가 부지런한 이들의 하루 한 귀퉁이를 이곳에서 만난 셈이다.
셀프 빨래방에서의 기다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고요하고, 일정한 기계음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뽀송뽀송하게 잘 마른 수건과 이불을 품에 안고 나올 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음번엔 나도 ‘건조만’ 하러 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게 요즘 세탁의 정답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