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무렵, 엄마가 끓여준 전통된장국은 늘 너무 짜게 느껴졌습니다.
구수하다는 말보다 ‘자극적’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고,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시면 국물은 대부분 남기기 일쑤였죠. 그때는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한 된장의 풍미보다는, 라면처럼 자극적이고 단짠단짠한 맛을 더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마흔이 넘은 지금, 엄마 손맛이 담긴 된장국 한 그릇이 그렇게 속을 편안하게 해줄 줄은 몰랐습니다.
한 숟갈 떠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구수한 향, 텁텁하지 않고 진한 국물 맛, 그리고 어느새 ‘짜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시원하다’, ‘개운하다’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입맛의 변화’일까요, 아니면 삶의 리듬과 함께 달라진 몸의 요구일까요?
사람의 입맛은 나이와 함께 변화한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단맛과 짠맛, 자극적인 맛에 민감하고 강한 맛을 선호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신맛과 쓴맛, 발효된 깊은 맛을 선호하게 됩니다.
미각 세포는 40대부터 점차 줄어들고, 이로 인해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은근한 깊이를 지닌 전통 음식에 마음이 끌리는 경우가 많죠.
게다가 바쁜 일상 속에서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날이 많아지면서,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편안한 음식을 찾게 됩니다.
전통된장국은 그런 날 딱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청국장보다는 순하고, 고춧가루가 들어간 찌개보다 자극이 덜하며, 된장의 유익균과 미네랄은 위와 장을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또한, ‘향’에 대한 감각도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된장의 쿰쿰한 향이 싫었다면, 이제는 그 향에서 집밥의 온기를 느낍니다.
엄마가 아침에 뚝딱 끓여준 된장국의 냄새는, 그 자체로 하루를 든든히 시작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하죠.
이런 변화는 단지 음식 취향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몸이 원하고 마음이 위로받고 싶은 방향으로 입맛이 움직이는 것 아닐까요?
어릴 땐 패스트푸드가 당기더니, 중년이 되면서는 집밥이 그리운 것처럼요.
전통된장국 한 그릇이 맛있게 느껴지는 지금, 예전보다 더 건강을 챙기려는 나의 태도, 바빠도 잠시 멈춰 따뜻한 밥상을 차리고 싶은 마음이 함께 담겨 있는 듯합니다.
짜다고 느끼던 음식이 ‘제맛’으로 다가올 때, 나이 듦이 마냥 아쉽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