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온 나는 어제 밤, 결국 솜이불을 꺼내 들었다.
아침저녁의 쌀쌀한 공기가 몸속까지 스며드는 듯해 얇은 이불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아직 여름이 오기 전인데도, 낮엔 햇볕이 따갑게 내리쬔다. 기온은 28도까지 오르지만, 해만 지면 금세 기온이 떨어진다. 이렇듯 큰 일교차는 고향에서 더욱 피부로 느껴진다.
도시에 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변화가, 고향집의 창문과 마당을 통해 선명하게 다가온다.
해질 무렵이면 논밭 사이로 부는 바람이 살짝 서늘하고, 아침이면 풀잎마다 맺힌 이슬이 반짝인다.
엄마는 아침부터 “밤엔 춥더라”며 창고에서 솜이불을 꺼내 널어두셨고, 나는 그걸 덮고 자며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시골집에서 솜이불을 덮고 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외풍이 심하던 방, 가끔은 창문 틈으로 바람이 새어 들어오곤 했다.
그럴 때면 솜이불이야말로 유일한 방패였다. 묵직한 무게감과 포근한 감촉이 어찌나 따뜻하고 든든하던지, 그 이불 속에서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까지 안락하게 느껴졌다.
이번에 내려온 고향의 밤도 마찬가지였다. 얇은 이불로는 자꾸만 몸이 움츠러들어,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결국 반쯤 잠든 상태로 새벽을 맞이했고, 이불을 바꿔 덮은 뒤에서야 겨우 푹 잤다. 솜이불 하나로 밤의 온기가 달라진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낮에는 반팔을 입고 일할 만큼 더운 날씨지만, 해가 지고 나면 긴팔을 찾게 되는 요즘. 봄이 끝나가고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고향은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계절의 중간 지점을 보여준다.
사람의 몸도 마음도 그런 변화 앞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고향에 내려오면 자연스레 과거의 감정들이 떠오르고,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잠시라도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은 아침저녁의 냉기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계절의 숨결을 온전히 느껴보려 한다. 그리고 그 계절을 함께 건너가는 이불 한 채의 온기 속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까지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