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에 잊지 못할 작은 만남이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열심히 출구를 찾으시던 한 연세 지긋한 어르신.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낯설어하는 표정이 눈에 띄었다.
순간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아마 연배도 비슷하실 것 같았다.
"여기가 아닌데... 내가 여기 처음이 아닌데..."
어르신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셨다.
처음에는 간단히 방향만 잡아드리면 되겠지 생각했다.
역 출구 번호를 함께 체크하고 길을 짚어드렸지만, 어르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전히 혼란스러워하셨다.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곳이 익숙했을 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기억이 어긋나고, 이제는 익숙한 공간도 낯설게 느껴지시는 걸까.
나는 서둘러 출근을 해야 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어르신이 지하철 계단으로 올라가 완전히 밖으로 나설 때까지 그 자리에 남아 지켜보았다.
다행히 계단을 오르시는 모습을 보고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출근길은 늘 바쁘지만, 오늘은 왠지 마음이 한켠 쓸쓸했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모습이 되겠지.'
'내 부모님도, 어느 순간 저런 모습이 될 수도 있겠지.'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그러다 문득 걱정이 들었다.
만약 어르신이 정말 길을 잃은 거라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가족이 없다면,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할까?
출근길이 아니라면, 내가 끝까지 함께 있었어야 했던 건 아닐까?
조금 찾아보니, 지하철이나 대형 역에는 종합안내센터나 역무원이 상주해 있어서 길을 잃은 어르신이나 미아가 발생했을 때 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112에 신고해 실종 및 보호 조치를 요청할 수도 있다.
특히 실종 노인은 '실종노인신고'로 접수되며, 경찰과 연계해 신속히 가족에게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저 마음만 아파하고, 슬퍼하는 걸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어르신의 모습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가끔은 내 일상만으로도 벅차다고 느끼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국 서로가 조금씩 마음을 나누고, 작은 관심을 기울이며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 아침, 짧지만 깊었던 만남을 기억하며 다짐해본다.
언제 어디서든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만나게 된다면, 조금 더 따뜻한 시선과 행동으로 다가서자.
그리고 나 또한 언젠가 누군가의 다정한 배려를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해주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오늘 하루를 버틸 작은 힘이 되어준 것 같다.